말레이시아 제마스역과 철도박물관
도시철도만 있고 간선철도가 없는 싱가포르는 저에게 너무 재미가 없는 도시더군요. 숙박비가 비싸다는 핑계거리를 스스로에게 대고서 하룻밤도 묵지 않고 부랴부랴 우드랜즈(Woodlands)로 향했습니다. 우드랜즈는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국경 출입국사무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우드랜즈역(Woodlands Train Station)과 JB 센트럴역(JB Sentral)간을 국제셔틀열차로 상호 이동할 수 있습니다. 육로로 국경을 넘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설레기도 했고 묘한 기분도 들더군요.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사람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출입국사무소로 가야 합니다. 출입국 절차야 공항 출입국과 다를 바 없지만은, 출입국이 한번에 처리된다는 것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출국수속을 밟고 열차에 승차하면 모든 절차가 끝납니다. 즉, 열차에 내려서 별도의 입국수속을 밟지 않습니다. 이런 육로이동은 말레이시아와 태국 국경에서도 같은 시스템이더군요.
특히, 이곳 우드랜즈에서는 한국사람들이 많아 도움받기가 어렵지 않으니 혹시라도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JB 센트럴역 앞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싱가포르를 떠나 말레이시아에서 숙박을 결정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단지 셔틀열차로 5분이면 넘어오는 옆나라인데 호텔은 반값에 시설은 더 좋았거든요.
역규모에 비해 대기공간이 크지 않습니다. KTM의 주요한 분기점인데도 이용객도 많지 않더군요.
JB센트럴에서 제마스까지는 KTM Inter City를, 제마스에서 KL센트럴까지는 ETS를 이용했습니다.
ETS는 말레이시아에서 최고등급의 열차입니다. 한국이라면 ITX-새마을이나 ITX-마음과 같은 속도와 시설을 갖춘 열차등급입니다.
급행열차로 JB센트럴에서 제마스역(Gemas Station)까지 거리는 216km, 소요시간은 4시간 44분, 운임은 21링키트(한화 약 6,000원)입니다. ETS Gold로 JB센트럴(JB Sentral)에서 KL센트럴역(KL Sentral)까지 거리는 약 162km, 소요시간은 2시간 35분, 운임은 31링키트(한화 약 8,800원)입니다.
단순하게 거리에 따른 운임만 비교한다면 2배차이가 나는군요. 하지만 소요시간까지 따진다면 ETS가 상당히 저렴한 편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서울~대전간이 166km인데요. ETS와 비슷한 등급의 ITX-새마을이 소요시간 약 1시간 50분에 운임이 15,800원입니다.
아마도 화재가 났던 차량인 듯 합니다. 대개 이런 경우 안보이는 곳에 유치해 놓는데…
아직도 한창 공사중인 남부노선에 레일을 운반하기 위한 화차가 보이네요.
ETS는 현재까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열차등급이 높은 열차입니다. ETS는 ‘Electric Train Service’의 약자로, 말 그대로 전동차입니다. 때문에 전차선이 가설된 태국과 국경인 Padang Besar에서 싱가포르와의 국경인 JB센트럴까지만 운행할 수 있습니다.
JB Sentral에서 Gemas까지 타고 온 급행열차, KTM Inter city의 디젤기관차. 열차는 식당칸이 있고 지정좌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KTM Inter city는 노후화로 인해 신형 DMU 열차가 점차 대체해 나가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이 디젤기관차도 퇴역하거나 국경에서 셔틀열차를 견인하는 임무를 맡을지도 모르겠군요.
아 그리고 냉방이 어찌나 빵빵한지 비상용으로 긴팔은 꼭 가지고 다니세요. 바람막이가 없었다면 들어가자마자 급속냉동될 뻔 했답니다. 바람막이를 입고서도 팔을 비벼줬으니 말이죠…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의 신선코너를 생각하시면 딱 그정도 수준입니다. 그런곳에서 4시간 이상 가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오스트리아 Plasser & Theurer사의 EM-140 궤도검측차입니다. 차량이 반짝반짝한 것을 보면 Gemas~JB센트럴간 복선 전철화 작업에 활용하기 위해서 들여온 듯 하네요.
한국의 궤도관련 보수장비도 대부분 Plasser & Theurer사의 차량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저 조그만한 것이 140km/h 속도를 내면서 궤도의 상태와 건축한계를 점검합니다. 말레이시아철도 KTM의 자랑인 ETS도 최고 영업속도가 140km/h인것을 감안하면 대단하네요.
동력분산 디젤동차가 한켠에 대기하고 있네요. 바로 요녀석이 DMU Intercity인데요. 한국으로 치면 간선형 전동차, 그러니까 누리로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DMU는 현재 제마스(Gemas)에서 툼펫(Tumpat)간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직통열차가 없기 때문에 Kuala Lipis에서 환승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으니 퇴근하는 철도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시고(반정도만 알아 들은 듯….) 옆에 철도박물관도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마스역을 나와 왼쪽에 있는 미니 철도박물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구 제마스역인데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딱히 형식을 갖춘 박물관은 아닙니다. 내부엔 간단한 스낵코너가 있고, 외부 선로에 기관차 한대와 사고복구용 기중기와 관련차량 몇 대가 전부입니다.
사고복구용 기중기, 장비를 실은 유개차 2량, 복구인원을 위한 차장차(아님 침식차?)가 1대 전시되어 있습니다. 기중기는 기관차를 들어올릴 만큼의 힘은 발휘하지 못하겠네요.
박물관에 구경온 사람이 전혀 없었고 완전 개방된 곳이기에 저 혼자 편히 보고 왔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궤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1023mm가 나오네요. 말레이시아 철도궤간은 1067mm 케이프궤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